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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소식

[죽음 부르는 게임중독]

by boza 2010. 11. 19.

 

[연합뉴스]
원문:http://news.mk.co.kr/v3/view.php?sc=30000037&cm=IT·과학%20주요기사&year=2010&no=632933&relatedcode=&sID=407

기사입력 2010.11.19 08:20:02     
게임구성, 컴퓨터그래픽, 음향효과 등 계속 '진화'
전국 50만개 PC방, 각종 이벤트 열며 게임중독자 양산
"입시경쟁 싫어"..청소년 우울증도 게임중독 부채질

"게임을 하루에 열 시간 이상씩 하다 보면 게임 속의 캐릭터가 나인지, 게임 밖의 내가 나인지 헷갈릴 때가 있어요." 가장 인기 높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인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5년 전부터 즐겨왔다는 부산 모대학 대학원생 황모(27)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게임중독자다.
대학 때부터 밤낮없이 게임에 빠졌던 황씨는 어렵사리 같은 대학 역사학과 대학원에 진학했지만 대학원생이 된 이후에도 하루 3~4시간씩 게임에 몰두한다.

황씨는 "어렸을 때부터 공부에 별로 관심이 없었고 대학에 들어온 뒤에는 의욕을 더 잃어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그러면서 등굣길에 PC방으로 직행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친구도 사귀지 못한데다 오랜 학업 소홀로 제대로 된 사회진출을 할 수 없을 것 같자 가족의 권유로 미달이 난 대학원에 입학했지만 뚜렷한 학업계획도 목표도 없는 상태다.

그는 "그렇다고 게임이 너무 재미있어서 계속하는 것은 아니다"며 "왜 하는지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면 그냥 게임을 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고 힘없이 말했다.

 

◇ 중독자 양산하는 게임의 '힘'

황씨는 자신이 게임에 빠져든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게임 자체의 중독성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 있다.

최근 부산에서 게임중독에 빠져 어머니를 살해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은 중학생이 즐겼다는 1인칭슈팅게임(FPS.First Person Shooting)의 경우도 고도의 중독성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기를 가지고 상대를 살상하는 게임인 FPS는 잠시라도 눈을 팔면 언제 당할지 모르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도를 요하고 성패에 따른 성취감이나 좌절감도 크다.

FPS에 수천 시간을 쏟아부었다는 대학생 정모(28)씨는 "'콜오브듀티'나 '서든어택' 같은 게임에 빠진 사람들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싸움에 몰두한다"며 "어제 이겼던 방식이라고 해도 오늘 게임 상대가 바뀌면 소용이 없어 그 예측불허의 상황에서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부작용은 온라인 게임이 확산한 것과도 관련이 있다.

예전 컴퓨터 게임 체제에서는 정형화된 요령을 익히면 정복할 수 있었고, 그 후에는 흥미가 반감돼 게임에서 빠져나오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어기준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장은 "지금의 게임은 온라인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 대결을 펼치다 보니 수만 가지의 공략법이 생겼고, 모두가 '정답이 없는' 싸움을 벌이며 게임시간은 더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어 소장은 "이용자들이 최고 수준의 게임을 정복한다고 해도 또 다른 맵(게임이 진행되는 공간)을 만들어 게임에 나서기 때문에 온라인상에서는 게임이 끝없이 펼쳐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의 구성도 중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계속 진화하고 있다.

컴퓨터 그래픽, 음향 효과, 시나리오, 아이템 이외에도 이용자를 몰입하게 하는 구성요소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게임은 군대 계급처럼 신분을 보여주는 '레벨' 구조로 되어 있어 좀 더 높은 '레벨'을 차지하려면 게임 시간과 몰입도를 늘릴 수밖에 없다.

또 게임 속 희소한 아이템이 실제 현금화되고 있기 때문에 재산적 가치를 추구하며 게임에 빠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전국에 50만개 이상 퍼져 있는 PC방을 통한 게임 이벤트도 게임 중독을 부추긴다.

서울의 한 PC방 업주 문모(42.여)씨는 "사용자를 늘리려고 게임업체들이 PC방과 제휴를 맺고 방학에 맞춰 당첨 이벤트나 대회 이벤트를 많이 연다"며 "아이템이나 사이버머니, 컴퓨터를 상품으로 주기 때문에 유인효과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 게임중독자의 마음엔 '우울증'

게임에 몰입하게 되는 사회적, 심리적 원인은 보다 복잡하다.

청소년의 경우에는 그들의 문화가 오래전에 인터넷 중심, 특히 게임 문화로 재편됐다는 것에서 원인을 살펴볼 수 있다.

이들은 친구들끼리 만날 때 흔히 "OO맵에서 만나자"고 하고, '왕따'를 당하지 않고자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보다 또래 사이에서 유행하는 게임을 따라 하는 경우가 많다.

자연스럽게 게임 접촉 횟수가 많아지고 중독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그런데 이들 중에서도 게임에 더 쉽게, 더 깊게 빠지는 아이들이 있는데 이들에 대해서는 우울증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가정환경, 입시경쟁, 수면부족, 애정결핌 등의 이유로 알게 모르게 우울증을 앓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우울한 심정을 게임으로 위로받는다는 것이다.

서울대 정신과학교실 강웅구 교수는 "학생들을 상담해보면 우울증 증상 중 하나로 게임중독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자기 인생을 살아갈 힘을 잃고 게임에 몰두한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공부에는 더욱 자신이 없어지고 우울증도 심해지는 악순환을 겪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인천광역시 정신보건센터 중고생 5천여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자의 46.5%가 '우울 성향'을 보였고, 정신과 전문의와의 상담이 필요한 '중한 우울증' 이상이 20.4%에 달했다.

성인의 게임중독도 우울감이나 삶의 어려움을 인터넷으로 보상받으려는 경향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게임중독 상담활동을 하는 부산정보문화센터 유선욱 센터장은 "상담소를 찾은 성인 대부분은 취업 등에 실패해 목표를 잃고 가족에게 용돈을 받아 게임을 해온 청년들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들 청년은 바라던 목표가 이뤄지지 않자 밑도 끝도 없이 게임에 빠져들어 PC방이나 고시원을 전전하며 살고 있었으며 대부분 청소년기에도 상당한 게임 경험이 있어 현실 감각이 부족한 특징을 보였다고 유 센터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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